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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청구, 배우자는 되는데 나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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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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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언론은 일제히 대법원이 ‘외도 등으로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재판상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른바 ‘유책주의’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는 소식(대법원 전원합의체 2013므568 판결)을 보도하였습니다.  이 판결에 담긴 법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이혼제도에 대한 법학계의 오랜 논쟁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유책주의 대 파탄주의


이혼에는 자녀의 양육, 배우자의 생계유지 등의 요소가 결부되어 있고 이는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입법자들은 ‘어떤 경우에 이혼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부부 양쪽이 이혼에 합의한 경우엔 당연히 ‘협의이혼’이 가능하지만, 한 쪽만 이혼을 원하는 경우엔 ‘재판상 이혼’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는 배우자(법률상 용어는 ‘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입장과, 설령 잘못을 한 배우자라 하더라도 결혼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상태에 이르렀다면 재판상 이혼청구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파탄주의’ 입장이 계속 대립해 왔습니다.

우리 법원은 1960년대에 유책주의 입장을 표명한 후(대법원 65므17 판결), 지금까지 그 입장을 고수하여 왔습니다. 당시 대법원이 든 가장 큰 논거는 ‘축출이혼의 방지’였는데, 쉽게 말해 유책배우자가 잘못을 하고도 본인이 이혼청구를 하여 죄없는 배우자를 쫓아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배우자의 생계 때문에 허울뿐인 결혼생활을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파탄주의 입장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원이 파탄주의로 선회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은 유책주의
예외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우리 법에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책임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 중혼(이중결혼)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점, 양성평등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점’ 등의 사유를 들어 유책주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잘못 없이 이혼당하게 된 배우자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보호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파탄주의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경단녀(경력단절녀의 약칭)’라는 신조어처럼, 한번 결혼해 전업주부가 된 여성은 이혼 후에 다시 적정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이 여전한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당장 파탄주의를 도입했을 경우 이혼당한 배우자, 특히 여성 배우자의 생활 보장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는 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많은 언론들이 이번 판결을 소개하면서 마치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처럼 소개한 바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결혼,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 반영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면서도 이미 1980년대에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 또는 상대방 배우자가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지만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잘못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는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게 충분한 보호와 배려를 한 경우, 혼인이 파탄된 후 세월이 많이 지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책임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에도 잘못 있는 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유책주의의 예외’를 더욱 넓혔습니다. 이에 따라, 11월에는 책임있는 배우자가 결혼생활이 파탄된 후 25년만에 이혼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한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책주의 입장을 고수하였지만 기존에 비해 유책주의의 예외사유를 대폭 넓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되는 이혼소송에서는 유책주의의 예외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전보다 더욱 치열하게 다투어질 것이 예상됩니다.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폐지부터 유책주의를 완화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 법원은 결혼 및 이혼과정에 점점 국가의 개입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발맞추어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의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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